페이지 터너 (page turner)
음악회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 옆에 앉아 악보는 넘겨주는 사람을 ‘페이지 터너’(page turner), 속어로 넘돌이 넘순이 라고 합니다.
연주회에서 나타나 보이지 않으면서도 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왜냐하면 악보를 잘 못 넘기면 연주 전체를 망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페이지 터너는 음악전체를 이해하고 있을뿐 더러 연주자의 성향, 특징도 잘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연주에 맞추어, 신속하고 신중하게 페이지를 넘겨야 합니다.
연주자를 건드려서도안 되고, 악보를 넘길 때 소리를 내서도 안 되고, 또한 악보를 너무 빨리 넘기거나 너무 늦게 넘겨서도 안 됩니다.
항상 연주자 다음에 등단하고, 연주자가 청중으로부터 박수를 받을 때도 앉아서 연주자를 쳐다보기만 합니다.
페이지 터너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습니다.그러나 페이지 터너 없이 명곡을 잘 연주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 교회에도 페이지 터너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섬기는 분들입니다.
아무도 없는 교회에 와서 청소를 하거나 망가진 설비를 고쳐놓고 가는 분들, 예배 진행을 위해 일찍 와서 설비를 준비하고 뒤처리까지 하는 분들,
사무실 한쪽에서 각종 서류를 준비하는 분들, 부모들이 편히 예배하도록 자녀를 돌봐주고 말씀으로 양육하는 분들,
그리고 교회에서는 말 몇 마디 나누지도 못하지만 늘 궁금해 하고 위하여 기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오늘 감사주일을 보내면서 무명의 페이지 터너들에게 마음을 실어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이 글은 워싱턴 목양교회 담임으로 시무하시는 안성식 목사님의 글을 옮겨 놓은 것입니다.)